이양덕의 詩 文學
나무를 껴안다 ㅡ 이만섭 본문
나무를 껴안다
이만섭
큰 나무를 보면 등 뒤로 가
살며시 껴안을 때가가 있다 껴안아
나무의 품에 안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숨결 보듬어주는 고요가 좋다
숨소리 가지런해질 때까지
체온이 나무와 수평이 될 때까지
나무의 등에 가슴대이고 있으면
어느덧 나무에 업혀 있다
나무의 나이테 속으로 업혀 간다
초대받아 가듯 나무속이 환한 골목이다
한 자리에 붙박혀 살아도
헤일 수 없이 간직한 대답들,
나무의 얘길 듣느라 여념이 없다
한 세상 묵묵히 살아가는 것을 알아주는 게
고마운 것일까, 작은 나의 키를
수직으로 우듬지까지 올려
눈보라와 비바람의 세월 견디며
그곳의 촉수가 만들어내는 생의 빌미를
가만히 일러주는 나무를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다
나무를 껴안은 팔, 매듭을 풀듯 거둘 때
그 자리에 온기처럼 남는
나무속에 들여놓은 나만의 창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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