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나무를 껴안다 ㅡ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나무를 껴안다 ㅡ 이만섭

이양덕 2014. 11. 18. 10:53

 

 

 

 

 

 

 

 

        나무를 껴안다

 

 

             이만섭

 

 

 

 

          큰 나무를 보면 등 뒤로 가

          살며시 껴안을 때가가 있다 껴안아

          나무의 품에 안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숨결 보듬어주는 고요가 좋다

          숨소리 가지런해질 때까지

          체온이 나무와 수평이 될 때까지

          나무의 등에 가슴대이고 있으면

          어느덧 나무에 업혀 있다

          나무의 나이테 속으로 업혀 간다

          초대받아 가듯 나무속이 환한 골목이다

          한 자리에 붙박혀 살아도

          헤일 수 없이 간직한 대답들,

          나무의 얘길 듣느라 여념이 없다

          한 세상 묵묵히 살아가는 것을 알아주는 게

          고마운 것일까, 작은 나의 키를

          수직으로 우듬지까지 올려

          눈보라와 비바람의 세월 견디며

          그곳의 촉수가 만들어내는 생의 빌미를

          가만히 일러주는 나무를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다

          나무를 껴안은 팔, 매듭을 풀듯 거둘 때

          그 자리에 온기처럼 남는

          나무속에 들여놓은 나만의 창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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