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하얀 뒷 배경으로 -이양덕 본문
하얀 뒷 배경으로
이양덕
쉬어갈 나무그늘도 없고
키작은 풀잎도 자라지 않고
우르르 몰려다니던 참새 떼도 보이지 않는다
달맞이 꽃은 달빛을 좇아 갔을 테지만
우주의 심장 소리와 찬란한 빛살뿐
멀리 롯데캐슬 뒤로 해가 기울어
붉은 휘장을 치면 감사 기도를 올린다
잿빛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데
빗방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함박눈이 내리는 걸 볼 수 없고
거센 바람 소리만 다문다문 들리는데
땅바닥은 하얗게 변하고
나뭇가지 부러지도록 눈이 소복하다
사람도, 버스도
넘어질까봐 엉금어금 기어간다
어느새 눈이 내렸지?
18층 콘크리트벽 안에 갇혀 난, 모르고 있었네
흔들리는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세상을 볼 수 있다니
호기심 어린 눈빛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린다
얼굴 표정과 색깔이 각양각색인
저들이 빛나도록 멀리서
하얀 뒷 배경으로 있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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