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滿月 - 이만섭 본문
- 그림 이외수 -
滿月
이만섭
대개 달은
나뭇가지 사이로 비춘다거나
구름에 가려 언뜻언뜻 보이는 간접성이어서
세속에 묻힌 삶에 만월이란
기다려야 찾아온다. 기다림으로 부족할 때
몸소 마중 들어야 떠오르는 것이다.
밤이라는 생각이 삶의 빛을 가려
어둠의 입처럼 노래 부를 수 없을 때
시름겨운 가슴을 보듬어주듯
머리에 비추는 만월이란 얼마나 방법적인가,
빽빽한 침엽수 사이에서 빽빽한
침엽수를 닮은 어둡고 야윈 몸이라면
만월은 한 장의 팔공산 패와 같다.
이를테면 한 채의 집이 어둠에 갇혀 있을 때
처마 밑에 등을 달아 마당을 밝히고
담장에 핀 박꽃까지 환하게 읽어주는 가을밤은
낮이라는 세속에서 놓친 우리의
수많은 세목이 기도해야 할 것임을 달밤은
풍요로움으로 밝혀주고 있다.
저와 같은 구김살 없는 낯이란
부끄러움조차도 눈부신 것이어서
구석에서 웅성거리는 그늘진 생각을 밤하늘에
둥실 매달아 떠받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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