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오 분 전 - 이만섭 본문
오 분 전
이만섭
회전문에 몸을 밀어 넣기까지 발걸음은 재빠르게 탈출을 도왔고 회의는 가까스로 받아드렸다. 가뿐 숨소리와 함께 등덜미에 고인 땀은 몸의 사소한 트러블일 뿐,
지하철 역사를 뻐져나올 때도 갱도가 무너지는 터널에서 도망치듯 쫓기는 몸으로 저당 잡힌 고귀한 생명을 지켜내겠다는 듯 분주했지만,
물쓰듯 낭비하던 시간이 채찍을 쥐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휘두를 때 시간은 왜 이렇게 적반하장으로 광기의 괴물이 되었는가, 잉여의 시간은 대체 어디에 숨어있는가,
내가 기다리던 시간은 해찰을 밥 먹듯 하던데 그런 유예된 시간이 작심하고 본때를 보여주려는 속셈인가, 결과를 지켜내기 위해 너무도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시간과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에도 못 미치는 간격인데 소맷자락을 끌며 시간 앞에서 고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모든 시간은 순간을 잇대어놓은 외다리인 것을 증명이나 하듯,
그 무대에서 배우처럼 연기하고 증강현실의 주인공처럼 내가 나를 받아드릴 때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결정을 기다리는, 이때만큼 만은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 나를 시간의 승부사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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