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아무 생각 없이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아무 생각 없이 - 이만섭

이양덕 2016. 11. 18. 08:10









아무 생각 없이


   이만섭




아침은 돌아오고

그런 날의 세끼 밥때를 지나

어느덧 하루해를 때운다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들은 빈 술병이

지난밤부터 아침까지 탁자에 우두커니 놓여 있는 일

술에 취해 내뱉던 넑두리에도 미치지 못해

유정도 무정도 없이

자신이 더는 필요치 않은 일


빛은 창에 머무는데

어둠에 박힌 적막의 구석같이

늦가을 밭두렁에서 따와 광에 앉혀놓은 늙은 호박

푸른 이끼의 시간을 향해

호박도 잊고 바윗덩이 되어간다


잠 깨어 잠들 때까지

탁자 위의 모과는 썩어가면서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향기를 내뿜는데


궁리를 모르는 생각은

외피만 동그마니 존재를 지운 채

무표정을 표백해놓은 듯



'※{이만섭시인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고 있는 사람 ㅡ 이만섭  (0) 2016.12.18
돌아온 나무 - 이만섭  (0) 2016.12.06
꽃게와 진흙밭 - 이만섭  (0) 2016.11.11
보리차를 끓이며 - 이만섭  (0) 2016.10.23
오 분 전 - 이만섭  (0) 2016.10.0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