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梅花 - 이양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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梅花 - 이양덕

이양덕 2018. 1. 17. 09:27

 

 

 

   梅花

                   

                           이양덕

 

 

    무량한 기다림을 길어 올리는 어스름에

    태양은 지평선 위에 왕관을 벗어놓고

    별들은 제 자리를 찾아가는데

    새들을 비워낸 허공은 무상을 일깨운다.

    대한(大寒)이 가깝도록 안부 한 번 없더니

    굳게 밀봉해 놓은 창문에 아른 아른

    휘어지도록 가지를 뻗어 기척하며

    천신만고 끝에 두터운 각질을 뚫고 온

    소녀는 뽀얀 얼굴을 내밀어 방긋 웃으며

    적요를 깨우는 모습이 어여쁘구나,

    누렁이는 코를 벌름거리며 빙글빙글 돌고

    벽에 핀 매화 향은 문밖을 서성이는데

    폭설을 맞으며 먼 길 돌아온 그대를

    꿈결인 듯 뛰쳐나가 반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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