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백합의 전언- 이양덕 본문

※{이양덕의♡詩밭}

백합의 전언- 이양덕

이양덕 2019. 3. 26. 08:01

 

 

 

 

 

백합의 전언

 

 

                       이양덕

 

 

 

멈춤 없는 생의 궤적을 좇아 떠난 후

얼마나 흘렀을까,

발신지를 가리키는 서신을 받고

잠을 깨워 파란 버스를 타고 달렸다.

꿈에 보았던 낯 익은 길이 아니던가,

혼절할 듯 달아난 물안개 강물에 몸을 풀어놓고

삐걱거리는 표지판이 우리를 안내한다.

사막을 걷고 있어도 뛰는 가슴 지치지 않는다

끌어안고 애무하는 산딸기 넝쿨을 헤치면서

사의 찬미는 멈출 수 없기에

손가락 깎지가 풀어지지 않도록 힘을 주었다.

꽃은 색깔이 다른 발성으로 노래하고

전갈, 뱀, 여우가 떠난 무화과나무 아래

예언자의 말씀처럼 하얀 실루엣이 펼쳐져

너와 나를 비추는 성좌가 잡히는 성스러운 곳

이슬이 맺혀 청초한 백합이 전하는

표백되지 않도록 봉인된 사랑을 확인하며

필름에 저장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사랑을 읽고 감정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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