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습관적인 소파 - 이만섭 본문
습관적인 소파
이만섭
방목 중인 사내가 거울 속에 갇혀있다.
닳아빠진 작부와 밀담을 나누듯
몸을 비스듬히 기대어
무릎이 시리도록 궁둥짝을 붙여놓고
창을 넘어온 눈부신 햇살이 안부를 전하지만
방목 중이라는 이유로 외면한 채
골목을 배회하는 건달처럼 어깨를 건들거리며
낡고 진부한 철학에 사로잡혀 있다..
떄때로 사소한 질문을 던지면서
하지만 일상이란 사소한 과정의 연속에 불과해서
구태여 새로울 게 있다면
시절도 지난 낡은 자세를 우려먹는 정도일 뿐
사위에 목초 냄새 풍기며 파릇파릇 풀잎 돋아내는
봄날로부터 아득히 멀리와 있다.
관성에 젖은 것들이 부유물처럼
사내의 주위를 습관적으로 맴도는데
방목의 시간을 거두어들이는 저물녘이 되자
귀로를 재촉하는 나팔소리에
마른 풀을 뜯던 송아지처럼 사내는
마지못해 낡은 습관의 고삐를 쥔 손에 의해
거울 속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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