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슬픈 휘장을 두르고 - 이양덕 본문
슬픈 휘장을 두르고
이양덕
휘장은 안과 밖의 경계를 나누었다
밖엔 어제처럼 살아 있는 그림을 화폭에 담는다
안에서 블랙홀를 뚫고 올 초록 숨결을
초초하게 기다린다.
육필로 기도문을 쓰는 동안
새벽 종이 울리기 전
검은 그림자가 연기처럼 스며들어
지문을 남기지 않고 별을 훔쳐갔다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간극을 어쪄랴!
눈물 매단 꽃들이여 안녕, 안녕, 안녕...
항구에 무거운 짐을 부려놓고 가벼운 깃털처럼
수평선 너머 날아간 널
안개꽃은 오랫동안 보내지 못하고
진홍빛 빗방울은 피아노 건반을 사정없이 두드린다
마지막까지 함께한 휘장이 서럽게 흔들린다.
눈물로 슬픔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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