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슬픈 휘장을 두르고 - 이양덕 본문

※{이양덕의♡詩밭}

슬픈 휘장을 두르고 - 이양덕

이양덕 2019. 7. 10. 13:26






슬픈 휘장을 두르고



   이양덕




휘장은 안과 밖의 경계를 나누었다

밖엔 어제처럼 살아 있는 그림을 화폭에 담는다

안에서 블랙홀를 뚫고 올 초록 숨결을

초초하게 기다린다.


육필로 기도문을 쓰는 동안

새벽 종이 울리기 전

검은 그림자가 연기처럼 스며들어

지문을 남기지 않고 별을 훔쳐갔다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간극을 어쪄랴!

눈물 매단 꽃들이여 안녕, 안녕, 안녕...


항구에 무거운 짐을 부려놓고 가벼운 깃털처럼

수평선 너머 날아간 널

안개꽃은 오랫동안 보내지 못하고


진홍빛 빗방울은 피아노 건반을 사정없이 두드린다

마지막까지 함께한 휘장이 서럽게 흔들린다.

눈물로 슬픔을 닦고 있다.


'※{이양덕의♡詩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오늘 - 이양덕  (0) 2019.07.22
달항아리 - 이양덕  (0) 2019.07.14
이명耳鳴 ㅡ 이양덕  (0) 2019.05.23
흰 장미의 책 - 이양덕  (0) 2019.05.08
옥상으로 간 하얀 나비 - 이양덕  (0) 2019.04.1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