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眞人을 기다리며- 이만섭 본문
眞人을 기다리며
이만섭
진인을 기다리며 매화를 심었네.
진인을 기다리며 파초를 심었네.
진인을 기다리며 대나무를 심었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얇아진 귀는
오밤중에도 바람에 처마 끝 풍경처럼 흔들리네.
하지만 인내심은
이끼 낀 바위와도 겨룰 수 있어
가부좌를 틀고 심지를 돋아 올리면
푸르스름한 먼 산이 삼나무 무리를 몰고 와서
앞산에 촘촘히 들어서네.
천년 수목 가득 푸름을 입은 산이
기다림에 대적하네.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외길을 가는 시간을 붙들 수 없는 나는
저 나무를 헤쳐 나아가 진인을 맞이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해와 달이 허락한 기다림이 다할 때까지
장미를 꽃피우기 위해 사랑노래를 불러야 하는가,
진인을 기다리는 동안
정원은 말없이 푸르러 갔네.
매화도 파초도 대나무도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나의 기나긴 기다림을
햇가지 볕뉘 속에 세워놓았네.
이 봄에도 꽃 피고 꽃 지고
三春의 꽃잎들 낙화유수에 몸을 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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