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가을, 네펜데스에 갇히다 - 이양덕 본문
가을, 네펜데스에*갇히다
이양덕
원圓의 절반을 잘라낸 후
더 둥근원을 복원하겠다는 너는
관측되지 않는 외계에서 온 괴벨스란 걸 알았다.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몸부림칠 수 록
점점 멀어지는 사이에
창 밖에서 한 사람의 생이 스러지고,
창 밖에서 한 사람의 생이 시작된다,
역류성을 유발해서 뒤틀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는데
비린내는 살을 뚫고 스며들어
일상화가 되어가고 감촉마져 둔해져서
꼬리를 자르고 부레를 자르고 아가미를 잘라내도
기준이 해체되고 존재가 부정 당한 채
소란스럽고 참담한 계절이다.
의문意問은 의문을 부르며
루비가 박힌 눈에 초록 속눈썹을 붙이고
웃고 있으나 증오의 눈빛이다
가두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반경을 넓히고
떨어진 낙엽이 바스러지는 걸 보면서
확증편향의 물결에 휩쓸려가는 날
망설이지 않고 향기에 빠져들게 하는 네펜데스를 내밀면서
진홍으로 물들어간 창을 두드린다
멜랑꼴리한 날 꼬드겨 보겠다는 심사인가
나침반을 확인 중인데
구멍 난 가슴을 채워준
너무도 황홀한 가을 표정에 닿을 듯 닿을 듯이,
*곤충을 잡아먹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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