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11월의 서정(抒情) - 이양덕 본문
11월의 서정(抒情)
이양덕
황량함을 벗어나 오아시스를 찾으려고 생각했으나
낙타 등에 앉아서 나를 찾아 헤매었으니
나는 몰랐었다.
가을을 보낸 후 막차를 탄 사람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목소리가 흔들렸다
갈색 숲이 흔들렸다
적도가 흔들렸다
연두빛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생각마져 흔들렸다
지금, 흔들리지 않는 건 무엇인가.
의문은 의문을 낳고
한 사람의 심장, 두 사람의 심장, 열 사람의 심장 무게가 같다
저울이 고장 났을까?
계산 방식이 다른 것일까 생각의 온도 차 일까.
너와 나의 무게가 같을 순 없을 텐데,
꽃멀미가 심한 봄날,
마음을 하나로 붙잡지 않으면 천 갈래로 흩어진다던 그 말이
빨갛게 익은 오얏나무 아래서
낭송한 옛 시인의 싯구절이 가슴에서 용트림하는데
붉은 융단이 펼쳐진 계단에서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려보며 깨닫게 된 것은
꽃은 얼마나 순한지
남김없이 내어 준 나무는 얼마나 담담한지
먼 길 떠나는 가을은 얼마나 숙연肅然한지
색색으로 물든 단풍길을 오르던 난,
서둘러 내려왔다.
떠나간 후엔 그리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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