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머큐롬을 바르며 - 이양덕 본문
머큐롬을 바르면서
이양덕
보이지 않는 것까지 희다고 생각한 건
차오른 만월 때문이었다
보랏빛에 둘러싸여 길을 걸었으며
온통 붉게 물들어 주체하지 못해서
껍질을 벗어던지고 파란 하늘을 걷고 싶을 때
불투명한 시야가 환하게 열리고
맑은 물방울을 매단 풀꽃이 눈을 떴다
슬픔을 떨구던 입술이 지워지고 눈부신 빛의 회로가 번득이며
비 맞으며 주저앉아서 울고 있는 눈과 마주쳤다
신호등이 고장난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지 못한 채
미끄덩거리는 지느러미를 팔딱거리면서
온몸으로 퍼지는 공포에 영혼도 떨었다
꽃 피웠던 감성은 시들어가지만
검은 발자국이 사르륵 사르륵 밟는 소리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 다행이었다
심장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가장 아픈 너에게 닿을 수 있는 것도,
호랑가시나무 아래서
머큐롬을 바르는 고통의 순간이여,
상처 자국은 아물어 새살이 돋을 거야
아침은 더디 오고
금단의 땅에 허락되지 않은 말들이 탁류에서 튀어오른다
까만 비닐봉지에 담긴 마음을 꺼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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