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이유 없는 이유 - 이양덕 본문
이유 없는 이유
이양덕
금세 닿을 것 같았는데
아무리 손을 저어도 정막이 빗금칠 뿐
마른 풀잎을 밟고 선 이곳의
느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어리둥절하고 낯설고 기묘하다.
뱀이 좇아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분홍 웃음 지으며 돌아가야 할 텐데,
나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며
이유 없는 이유가 반복되는 모호한 순간들
중얼거리는 난, 지루할 때도, 순하게 받아들일 때도,
감정선은 심하게 출렁거렸다.
잎을 떨구는 새벽녘 웅크렸던 가슴을 열고
돌이켜 참회하며 소원을 아뢴다.
해를 품고, 노을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시며
이토록 아름다울 줄이야,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가는
땅과 바다와 기암괴석을 두른 봉우리여, 우리여!
머리키락은 희어지고
하루를 움켜잡기 위해 고단했으나
숨 내쉴 때마다 알지 못했던 이유가 명료하게 지워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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