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가을처럼 - 이양덕 본문

※{이양덕의♡詩밭}

가을처럼 - 이양덕

이양덕 2023. 11. 12. 11:31

 

가을처럼

 

                            이양덕

 

 

0,01 그램이 전부라고

툭 던져버리고 사라질 점 하나를 위해서

머물지 않고 찢기지 않고 줄기차게 흘렀다

너에게로 내게로 다시

절정을 살았다

한 곳에 고여있을 수 없었다.

 

무엇을 말하고 생각하고 살까, 어떻게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안갯속인 듯 희미해서 숨이 토막나고 떨린다.

하루 하루가 익숙했던 날엔

갈팡질팡 지루하고 하품이 쏟아지고 무의미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 발이 짓무르기도 했다.

 

그 영롱했던 순간은 지워져버리고

온화한 눈빛은 흔들렸으며 마음은 울퉁불퉁하다

꽃이 흐드러졌던 길에선

찬바람이 대빗자루로 갈잎을 쓸고

땅끝 모서리에서 간절한 마음은 그리움 뿐,

 

그림엽서가 간간히 배달되고

어느새 은회색 실루엣이 소파에 드러누웠는데

백지 한 장 손에 든 나를 부인하며 돌아설 수 없었다

봄부터 내주기만 하던 나무처럼

이젠 가벼워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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