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가을처럼 - 이양덕 본문
가을처럼
이양덕
0,01 그램이 전부라고
툭 던져버리고 사라질 점 하나를 위해서
머물지 않고 찢기지 않고 줄기차게 흘렀다
너에게로 내게로 다시
절정을 살았다
한 곳에 고여있을 수 없었다.
무엇을 말하고 생각하고 살까, 어떻게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안갯속인 듯 희미해서 숨이 토막나고 떨린다.
하루 하루가 익숙했던 날엔
갈팡질팡 지루하고 하품이 쏟아지고 무의미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 발이 짓무르기도 했다.
그 영롱했던 순간은 지워져버리고
온화한 눈빛은 흔들렸으며 마음은 울퉁불퉁하다
꽃이 흐드러졌던 길에선
찬바람이 대빗자루로 갈잎을 쓸고
땅끝 모서리에서 간절한 마음은 그리움 뿐,
그림엽서가 간간히 배달되고
어느새 은회색 실루엣이 소파에 드러누웠는데
백지 한 장 손에 든 나를 부인하며 돌아설 수 없었다
봄부터 내주기만 하던 나무처럼
이젠 가벼워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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