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스크랩] 감나무 상형문자 본문
감나무 상형문자
이만섭
뜰앞 감나무가 아침 창문에 상형문자를 쓴다
먼동을 비켜 온 햇살로
써놓은 글자는 말간 수묵색이다
나무는 아침마다 그의 문장을 쓰고 간다
잎이 무성할 때는
참새떼도 날아와 지저귈 수 있는
산뜻한 소전체(小篆體)를 쓰고
잎이 헐벗을 때는
삭은 옹이에도 근골의 손길 내려
강건한 대전체(大篆體)를 쓴다
그의 조형언어는 사철 내내 몸을 베낀다
그러나 감꽃이 필 때만은
유난히 그때만은
행간마다 비백(飛白)을 날려
향기라도 베어 문듯 가뿐하다
나무도 문자로 성정(性情)을 드러낸다
겨울 아침 감나무가
문자향 배인 상형문자을 써놓고
함박눈은 사륵사륵 나무의 문자를 타고 앉는다
'※{이만섭시인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밥시論 (0) | 2008.02.27 |
---|---|
[스크랩] 첫눈에 대한 오해 (0) | 2008.02.25 |
[스크랩] 사랑이 올 때 (0) | 2008.02.24 |
[스크랩] 봄녘 (0) | 2008.02.19 |
[스크랩] 영춘일기(迎春日記) (0) | 2008.02.19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