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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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시인서재}

[스크랩] 감나무 상형문자

이양덕 2008. 2. 25. 08:53

 

 

 

       감나무 상형문자


          이만섭

 


          뜰앞 감나무가 아침 창문에 상형문자를 쓴다
          먼동을 비켜 온 햇살로  
          써놓은 글자는 말간 수묵색이다
          나무는 아침마다 그의 문장을 쓰고 간다
          잎이 무성할 때는
          참새떼도 날아와 지저귈 수 있는
          산뜻한 소전체(小篆體)를 쓰고
          잎이 헐벗을 때는
          삭은 옹이에도 근골의 손길 내려
          강건한 대전체(大篆體)를 쓴다
          그의 조형언어는 사철 내내 몸을 베낀다
          그러나 감꽃이 필 때만은
          유난히 그때만은
          행간마다 비백(飛白)을 날려
          향기라도 베어 문듯 가뿐하다
          나무도 문자로 성정(性情)을 드러낸다
          겨울 아침 감나무가
          문자향 배인 상형문자을 써놓고
          함박눈은 사륵사륵 나무의 문자를 타고 앉는다

 

 

 

 

 

 

출처 : 카프카의 방
글쓴이 : 카프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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