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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공천 "노무현 존경" 답한 후보, 바로 탈락

이양덕 2008. 3. 4. 15:18

2008년 3월 4일 (화) 03:17   조선일보

한나라 공천 "노무현 존경" 답한 후보, 바로 탈락

 

'小실세'들도 쪽지·문자메시지 보내 심사위원들에 '구애' "盧대통령은 소신있는 정치인" 답한 후보자 바로 탈락
"공천을 받으려면 썩은 줄이라도 잡아야 한다. " 공천심사가 한창인 한나라당 주변에선 요즘 이런 말이 상식으로 통한다.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과 달리, 국회의원 공천은 줄 싸움이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다.


◆쪽지, 문자메시지도 등장

위원 11명의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위원장 안강민)에선 회의가 시작되기 전 혹은 휴식시간에 위원들이 귀엣말을 나누거나 메모 쪽지가 슬쩍 전달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을 밀어달라"거나 "△△△은 모 실세가 챙기는 사람"이라는 부탁이 오간다고 한다.


회의 도중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를 들여다보는 위원도 있다. 이명박 정권의 실세나 그 측근, 친 박근혜 인사들 중에도 친한 심사위원들에게 "누구를 부탁한다"는 문자를 공공연히 날리기도 한다. 미리 부탁을 했더라도 결정적 순간에 다시 내용을 상기시켜주기 위한 것이다.

'빅 브라더(Big Brother)'가 공천을 해치우던 시절과 달리 한나라당 공천이 심사위원 합의제로 결정되면서 생긴 새 풍속도이다. 일부 위원들은 심사자료에 어떤 후보가 '친이' 또는 '친박'인지, 아니면 '중립'인지 자기만 아는 표시를 해 두기도 한다. 이를 기초자료로 회의 때마다 자기편에게 공천을 주기 위한 줄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천의 가장 '큰손'은 물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다. 두 사람이 꼭 챙기는 인사들은 이미 공천으로 가는 튼튼한 줄을 잡은 셈이다. 공심위 주변에선 두 사람 간에 밀약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도 떠돌아 다닌다.

그 외에 이재오, 정두언, 박형준 의원 등 실세의원이나, 강재섭 대표 등 고위당직자들도 자기 '몫'을 공천명단에 끼워 넣기 위해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 자기 사람의 공천이 곧 정치적 파워를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총선 후 당권(黨權) 경쟁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엔 더욱 절실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자신의 '텃밭'인 경기도 부천지역의 4개 선거구 공천을 모두 자신과 절친한 인사들이 받는 바람에 '김문수 타운'을 형성했다. 남경필 경기도당위원장도 경기지역 공천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노무현을 존경?"

그렇다고 심사위원들이 각 계파의 눈치나 살피는 줄 알았다가는 큰코다친다. 한 시·도당위원장은 공심위에 출석해 자기가 관할하는 지역의 특성을 설명하며 특정인들의 공천을 요구하다 '괘씸죄'에 걸렸다. 이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문제 위원장의 공천확정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미뤄졌다. 또 경상도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한 후보자는 공심위 면접 때 '한나라당 의원들 이외에 존경하는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몰라도 소신있는 정치인"이라고 답했다가 바로 탈락했다. 계파 위원들이 "소신 발언인데…"라고 거들었지만 "당신들이 더 이상하다"는 질책만 받았다.

공심위 내에서 자신을 확실히 띄워주는 '바람잡이'나 반대편의 공격을 막아 줄 '방패막이'가 없으면 센 줄을 잡아도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상도의 한 신청자는 이 대통령 주변의 핵심원로가 밀었지만 공심위의 또 다른 실세가 경선 때 문제를 들며 반대해 3배수에도 들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와 당내 핵심실세가 서로 다른 후보를 밀어 충돌이 일어나는가 하면 서울지역의 공천 내정자의 공천이 3일 갑자기 보류되자, "이 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이 자기가 민 신청자가 떨어졌기 때문 아니냐"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경기도 모 지역 신청자의 경우 확실한 공천을 위해 이명박 캠프 실세와 당 지도부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 사실이 밝혀져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개성 다양한 심사위원들

이번 심사위원들은 "어느 공심위 때보다 말썽 없고 성실히 공천작업에 임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독특한 개성 탓에 서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특정 계파로 알려진 K모 위원은 회의 때마다 자기 주장을 길게 늘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다른 위원들을 지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위원은 "회의의 50%는 K씨 혼자 다 말한다"고 불평했다. 또 다른 K위원은 회의 내용을 모 계파에 그대로 전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그래서 '알리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공심위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보안을 지켜도 특정 계파에서 먼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공천 결정사항을 미루지 않고 그날그날 발표하는 시스템으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또 한 명의 K위원은 항상 다수의 지지를 받는 신청자만 두둔하고 나선다는 이유로 오히려 "공천을 조율하는 큰손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한편 안강민 위원장은 "여러 계파의 얘기를 두루 듣는다"는 좋은 평 속에 "고집이 매우 세 찍히면 끝"이라는 말도 듣는다. 공심위 최고 실세로 통하는 이방호 사무총장은 박 전 대표측으로부터 "이명박 사람만 챙긴다"는 원성을 듣고 있는데, 자기 캠프로부터도 "공심위에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애매한 평가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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