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그대라는 말 2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그대라는 말 2

이양덕 2008. 12. 21. 10:28

                                              
    그대라는 말 2 이만섭 그대, 하고 부르면 가만히 귀밑에서 찰방거리는 강물 소리, 무릎에 놓인 기도의 목록을 읽듯이 나직이 가슴 설렌다 아, 그리움의 단초가 되었던 이 말, 부를수록 정겨워지는 말, 어느 호명이 이토록 유순할까, 혀끝의 부드러움이 윗입술에 닿기까지 그 발성하는 짧은 순간조차도 촉촉해지는 여운은 이 말이 막 끝난 이후에도 고즈넉한 저녁 창가에서 카푸치노의 프리마가 입술에 녹아드는 것처럼 그대로부터 속삭이고 그대로부터 망연하다 이 말 부르고 싶어 누군가 등뒤에서 부르듯 돌아보는 마음으로 그 여름의 파초나무 아래로 가서 너울진 이파리 사이로 내려온 파란 하늘을 비껴보고 싶다 가슴을 껴안은 듯 먹먹해지는 아늑함으로, 내 아련함이 닿는 곳도 내 쓸쓸함이 닿는 곳도 그대였으니 견딜 수 없음이 어디 이뿐인가, 시작도 마침내도 한 순간에 멈춘 갸륵하도록 고운 말 오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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