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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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무 아래서 /이만섭
나무를 빌려 숲으로 쓰는 도시는
한그루 회화나무조차도
여름은 왜 그리도 너그러운가,
가지마다 하얀 꽃밥 탐스럽게 지어놓고
잎잎이 환호하던 푸른 너스레
그늘도 그늘 나름이지만
저 말갛고 순결한 나무그늘 아래 서면
소나기에 토란잎 받혀 쓰던
유년의 해맑은 마음이 찾아드네
햇빛도 바람도 마실에 들고 싶은 날
그런 날은 황사를 무릅쓰고
낙타처럼 길을 떠난 사람들도
저녁이 오면 어김없이 돌아오네
나무마다 넉넉한 그늘을 차려놓고
거리의 연인들 푸른 잎 사이로 숨어들면
바람결에 실어오던 풋풋한 밀내음이여
푸름은 그 자신도 아늑해지던지
그림자 짙은 등걸에 기대어
물잠자리처럼 꿈결에 젖어 있었네
출처 : 카프카
글쓴이 : 카프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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