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환승, 군자역에서 본문
환승, 군자역에서 /이만섭
저녁 7시, 역사 안으로 들어오는 전동차가
한 마리 악어 같다
계단을 내려간 사람들,
마라강 언덕을 내려갔는가
한입에 먹어치우고 떠나버린 전동차
전동차에서 내려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하루의 강을 건너와
생의 해방지대를 향해 앞다투는가,
쫓기는 누우떼처럼
굼실굼실 검푸른 등걸이 굽이친다
곳곳에 나붙은 표지판처럼
군자역인데,
그래, 말은 늘 그렇지 행위보다 점잖지
낙오하지 않기 위해 촘촘한 대열에 합류해 가는
나는 일개 群子일 뿐,
도시는 늘 분주함으로 진가를 확인한다
그리하여 군중은 광장을 만들고
광장의 중심에 꽂히는 깃발,
깃발이 나부끼는 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한순간 강물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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