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12월에 눈이 내리면 본문
12월에 눈이 내리면
이만섭
그대여, 12월에 눈이 내리면
언제라도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로 맞자
대숲에 깃든 참새떼처럼 나는 막무가내 지저귀고
그대도 내게 와 함께 지저귀자
사거리 백화점 앞 빵가게에 들려
딤섬과 생크림케익을 사는 일도 좋지만
청정한 숲에서 가슴 깃털을 뽑아
온기어린 시 한 수 써 보자
세한의 닫힌 문을 열고 나와
촉수를 하늘로 올린 겨울나무 되어
펄펄 내리는 흰 눈을 받아먹자
따스히 켜지는 등불처럼
지상을 하얗게 점등하는 흰 눈으로
그리움을 바라보는 푸른 눈을 뜨자
그리하여 우리도 한 편의 눈부신 시가 되자꾸나
그대와 나 마침내 탈속하겠다
눈이 내리는데 시가 되지 못하면
이 겨울 무엇으로 꽃 피울 테냐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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