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도마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도마

이양덕 2010. 7. 5. 11:52

도마/이만섭

 

 

부엌사(史)는 도마가 쓴다

세상에 한 몸 내어 하는 일이라고는

노상 몸에 칼 맞는 일

아침저녁으로 무두질하는 잔혹

태사공의 궁형에 비한들

칼 맞는 도마가 독하다

몸을 내쳐 얻은 음식이 진상되는

그런 도마가 더 질기다

지금은 아내가 깍두기를 담그는 중이다

FM 음악을 틀어놓고 탁탁탁-

거침없이 휘두르는 비검무에

사방으로 나동그라지는 무 조각들 

칼의 율격이 고르다

저 수신(修身) 자세히 듣자니

도마가 칼 소리 받아 삼키고 있다

흡반 같은 밀착이다

피할 수 없을 때 즐기는 거라더니

옛말 허투루 듣지 않고

꿋꿋이 외길을 가며

난전의 차력사처럼 배 훌렁 걷어붙이고

몸에 맞는 칼, 표정도 당당하다 

결국 칼이 물러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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