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도마 본문
도마/이만섭
부엌사(史)는 도마가 쓴다
세상에 한 몸 내어 하는 일이라고는
노상 몸에 칼 맞는 일
아침저녁으로 무두질하는 저 잔혹사
태사공의 궁형에 비한들
칼 맞는 도마가 독하다
몸을 내쳐 얻은 음식이 진상되는
그런 도마가 더 질기다
지금은 아내가 깍두기를 담그는 중이다
FM 음악을 틀어놓고 탁탁탁-
거침없이 휘두르는 비검무에
사방으로 나동그라지는 무 조각들
칼의 율격이 고르다
저 수신(修身) 자세히 듣자니
도마가 칼 소리 받아 삼키고 있다
흡반 같은 밀착이다
피할 수 없을 때 즐기는 거라더니
옛말 허투루 듣지 않고
꿋꿋이 외길을 가며
난전의 차력사처럼 배 훌렁 걷어붙이고
몸에 맞는 칼, 표정도 당당하다
결국 칼이 물러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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