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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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덕의♡詩밭}

어무이

이양덕 2010. 7. 6. 18:18

 

 

어무이 /이양덕

 

 

 

 

뙤약볕이 살갗을 파고드는 칠월이면

불긋불긋 고추가 익어가는 재미에

고추 농사에 평생을 쏟아붓고도 모자란 것일까,

"딸년들은 남의 집 식구라 다 소용없다이"

고추 달고 나온 놈을 애지중지 최고로 쳤다

색도 붉고 잘생긴 놈으로 달어라

싸릿문에 금줄 처놓고

새벽 기도 정성으로 올리시며

맛나고 색다른 음식은 고추달린 놈만 먹이시던

하늘아래 아들만 믿고 살던 우리 어무이

아들들 하나 둘 장가 들이시더니

하염없는 세월을 감당할 길 없는 마음에

혼저 울고 웃으며 정처없어 하면서도

눈이 따끔거려도 파꽃처럼 웃으시던 당신

뻐꾹, 뻐꾹, 뻐꾸기 애달피 울던 날

가슴자리마다 눈물 그렁그렁 고여 놓으시고

찔레꽃 하이얀 언덕을 넘어

홀연히 떠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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