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어무이 본문
어무이 /이양덕
뙤약볕이 살갗을 파고드는 칠월이면
불긋불긋 고추가 익어가는 재미에
고추 농사에 평생을 쏟아붓고도 모자란 것일까,
"딸년들은 남의 집 식구라 다 소용없다이"
고추 달고 나온 놈을 애지중지 최고로 쳤다
색도 붉고 잘생긴 놈으로 달어라
싸릿문에 금줄 처놓고
새벽 기도 정성으로 올리시며
맛나고 색다른 음식은 고추달린 놈만 먹이시던
하늘아래 아들만 믿고 살던 우리 어무이
아들들 하나 둘 장가 들이시더니
하염없는 세월을 감당할 길 없는 마음에
혼저 울고 웃으며 정처없어 하면서도
눈이 따끔거려도 파꽃처럼 웃으시던 당신
뻐꾹, 뻐꾹, 뻐꾸기 애달피 울던 날
가슴자리마다 눈물 그렁그렁 고여 놓으시고
찔레꽃 하이얀 언덕을 넘어
홀연히 떠나셨네,
'※{이양덕의♡詩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박꽃을 닮은 여자 (0) | 2010.08.04 |
---|---|
장미의 꿈 (0) | 2010.07.13 |
우리의 이름으로 (0) | 2010.06.18 |
묵정밭에 드니 (0) | 2010.06.07 |
가만한 사랑 (0) | 2010.05.10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