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호박꽃을 닮은 여자 본문

※{이양덕의♡詩밭}

호박꽃을 닮은 여자

이양덕 2010. 8. 4. 12:15

 

 

호박꽃을 닮은 여자 /이양덕

 

 

 

누가 호박꽃을 닮았다고 했던가

사슴처럼 목이 가늘고 슬픈 눈을 가진

이슬 머금은 풀잎처럼 맑은 영혼을 가졌건만 

삶의 질곡이 켜켜로 쌓여 

둥글둥글하고 넉넉하다,

인사동 뒷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거처할 곳을 잃어 정처없는 사람을 보면

훈훈한 정 한사발 먹이고파 애달아 하는

허겁지겁 달려왔던 길에서 저만치 비켜

목구멍까지 차오른 비루한 것들 다 게워내고

인정으로 뭉긋하게 채우고 싶은

연민이 많은 여자,

세월에 등 떠밀려 중년이 되었지만

기억의 저 편이 이토록 아득한지

온몸이 뜨거워지고

등이 휘어지도록 그리움에 젖는 여자는

어느새 호박꽃을 닮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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