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아득해서 그리운 /이만섭 본문
아득해서 그리운/ 이만섭 눈 감으면 보이는 것이 있다 저만치에 맴돌아도 좇아가면 늘 저만치인 듯 푸른 저녁의 정향나무 향기 같은, 눈 꼭 감을수록 더욱 명징해지는 것이 있다 눈 떠 희미한 거리로 놓이는 것보다 차라리 감은 눈 그대로 아련함을 견디며 한 뼘 가슴으로 잰다 어느 `문득`으로 좇아 나가 날 저물어도 돌아오지 않는 거뭇함으로 가느다랗게 귀만 여는 아련함이란 한 몸 산이라도 되어 머리 위에 먹장구름 올려놓고 천둥이라도 부르고 싶은 실없음일지라도 소낙비 기다리듯 아득함일 수 있다면 지상 어디에 해명 못할 영원의 비밀이 따로 있을까, 마음 깊은 곳에 두레박처럼 내려 일렁이는 물결 퍼 올리면 금세 가까이 왔다가도 아무 일 없는 듯 사라지는 하늘 멀리 흰 구름이나 어정어정 흘러놓고 시누대 가는 잎에 수런거리는 바람이여, 아득함을 왜 애달픔으로 흔드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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