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아득해서 그리운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아득해서 그리운 /이만섭

이양덕 2010. 9. 19. 12:38


 

 

        아득해서 그리운/ 이만섭
        눈 감으면 보이는 것이 있다 
        저만치에 맴돌아도 좇아가면 늘 저만치인 듯
        푸른 저녁의 정향나무 향기 같은, 
        눈 꼭 감을수록 더욱 명징해지는 것이 있다
        눈 떠 희미한 거리로 놓이는 것보다 
        차라리 감은 눈 그대로 아련함을 견디며
        한 뼘 가슴으로 잰다
        어느 `문득`으로 좇아 나가
        날 저물어도 돌아오지 않는 거뭇함으로
        가느다랗게 귀만 여는 아련함이란
        한 몸 산이라도 되어 
        머리 위에 먹장구름 올려놓고 
        천둥이라도 부르고 싶은 실없음일지라도 
        소낙비 기다리듯 아득함일 수 있다면
        지상 어디에 해명 못할 영원의 비밀이 따로 있을까,
        마음 깊은 곳에 두레박처럼 내려 
        일렁이는 물결 퍼 올리면
        금세 가까이 왔다가도 아무 일 없는 듯 사라지는
        하늘 멀리 흰 구름이나 어정어정 흘러놓고 
        시누대 가는 잎에 수런거리는 바람이여,
        아득함을 왜 애달픔으로 흔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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