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분홍빛에 관하여 본문
분홍빛에 관하여
이만섭
꽃나무의 체온은 꽃이 피고 나면
꽃술에서 꽃잎으로 이동한다
천 송이인들 만 송이인들 꽃술에 옹송거리던 숨결은
본래 꽃의 심장이 아니었는지 몰라
꽃잎들 자분스레 질 때도
체온은 횡격막 아래 박힌 파편처럼
통증을 견디다 못해 호흡곤란에 시달리지
그래서 분홍빛은 차가워지지 않는 법이다
피는 식어 어혈이 되고
열기가 전해 올 때까지 응고되어 있을 뿐,
가령 그것을 슬픔이라 하자
아름다움을 지우는 슬픔이 있던가,
지워도 지워도 남아 있는 얼룩처럼
눈물은 눈물일 뿐이다
그래서 낙화를 군무라고 어여삐 말하는 이가 있다
애틋함이 현기증을 부르듯이
이별을 겪은 이가 강물을 찾아가
아득한 물길을 바라보는 것도 그런 것일 것이다
맨 처음 가슴에 물들인 꽃물,
심장이 뛰는 한
그것이 까맣게 지워질 리 만무하다
보이지 않게 흐를 따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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