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허공의 탁본 본문
허공의 탁본 /이만섭
새들은 깃털과 깃털 사이에 바람을 들여놓고 산다 허공을 날 때면 그곳에 음각된 투명한 바탕색을 빌러 비상의 부력을 얻는다 허공이 비바람에 젖어 있는 동안 거처를 나무에 두는데 그 사이 나무는 새의 발자국을 탁본한다 지상의 나무들이 허공을 향해 가지를 펴 놓는 일도 새의 선물을 기다리는 터다 때로 바람이 나무의 우듬지를 후리고 올지라도 결코 저항하는 법 없이 순명으로 허공을 본뜨며 늙은 나무일수록 바람이 새긴 돋움체 문장을 몸속에 비장하고 있는데 그것이 생의 길라잡이로 쓰인다 세상의 풍문들 허공의 방식을 해독하지 못해 한갓 스치는 바람에 빌붙기도 하지만 그 텅 빈 배면에 생을 담는 새나 나무에도 미치지 못하는 삶의 무자위질은 얼마나 헛된 궤적인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