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자꾸 나를 가두어요 안에 들어앉아 있으면 두런두런 말 걸고 오는 소리 크게 들려요
한 번도 대꾸한 적 없지만 막무가내 중얼거리는 소리 일방적으로 듣다가 밀리고 밀려 어느덧 다락방까지 피신해갑니다 거긴 비좁지만 아늑해서 추억을 꺼내 보기엔 그만이어요 시방 누군가가 오고 있지 않느냐며 소리는 자꾸 귀를 후벼요 묵묵부답할수록 더욱 다그쳐요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고 찌릿찌릿 중이염을 앓는 귀 비는 수직으로 꽂히고 싶어 못질을 하듯이 빗발을 내리치지만 한 번도 세우지 못하고 튕겨 나간 빗방울 저렇게 물보라를 피워요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게지요 속절없는 미혹에 젖어 문밖을 배회하는 저 발걸음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