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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서역(西域)에 핀 꽃을 보다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비의 서역(西域)에 핀 꽃을 보다

이양덕 2011. 7. 10. 08:56

 

 

 

 

         비의 서역(西域)에 핀 꽃을 보다 /이만섭

 

 

 

          그늘의 꽃들은 어디서 피는가, 했더니

          서역에 가서 피는구나,

 

          하룻날이면 이를 곳인데도 비바람을 견디며

          꽃나무들은 음지식물로 자라

          뿌리를 얻어 양지에 드는데.

          그 세월 알 수 없지만 한 차례 꽃 필 동안일까,

 

          뿌리와 줄기는 푸른 계절을 분담하고

          나는 마침내 서역에 이르러 꽃을 보는구나

 

          개부심에도 끄떡없는 진홍빛으로

          꽃들은 노을 저편으로 어둠을 열고 있다

          누가 묻던가, 꽃이 피는 일도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이라고,

          나의 이런 한 차례가 너에게서 건너온 것이라면

          그런 충고를 기꺼이 잊겠다

          꽃을 보는 일이 나의 궁극임을 고백하겠다

 

          살아가는 일이

          꽃을 피우기 위한 것이었구나,

 

          태양도 필경 그렇게 질 것이니

          비 개인 저물녘 너를 보는 내가 꿈만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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