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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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시인서재}

語錄

이양덕 2011. 7. 12. 12:26

 

 

 

         語錄  /이만섭

 

 

 

         세상의 말들은 무덤이 없다

 

         어떤 말은 죽고,

         어떤 말은 잠들고,

         어떤 말은 새겨지고,

 

         난무하는 군중 속에서 행불자가 된 말도

         저 혼자 질주하다가 전복 되어 아웃사이더가 된 말도

         무덤을 따로 갖는 법은 없다

         사라지거나 존재하는 이분법만이 있을 뿐이다

 

         또 어떤 말은 성대질환으로

         읽어도 읽어도 혼탁하게 들리고

         그 저항성 때문에 귀청이 거슬려도

         말의 내력으로부터 추방할 수는 없다

 

         나는 지금 어느 말들이

         불사조처럼 사유의 영역을 나는

         존재하는 말 사이에 있다

         부단하고 부단하게, 내 진부함을 환기 시키며,

 

         그것은 변함없이 있었던 일이지만

         새삼스럽게 말을 붙들어

         입으로 읽고 귀로 듣는다

 

         풀들이 무성한 어느 여름

         도봉산 골짜기에서 만난 풀에 대한 말이

         두고두고 내 가슴에서

         푸른 날갯짓을 하니

 

         시 한 편이 모조리 경전이 되었구나

         가장 우아하게

         목록을 열거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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