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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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錄 /이만섭
세상의 말들은 무덤이 없다
어떤 말은 죽고,
어떤 말은 잠들고,
어떤 말은 새겨지고,
난무하는 군중 속에서 행불자가 된 말도
저 혼자 질주하다가 전복 되어 아웃사이더가 된 말도
무덤을 따로 갖는 법은 없다
사라지거나 존재하는 이분법만이 있을 뿐이다
또 어떤 말은 성대질환으로
읽어도 읽어도 혼탁하게 들리고
그 저항성 때문에 귀청이 거슬려도
말의 내력으로부터 추방할 수는 없다
나는 지금 어느 말들이
불사조처럼 사유의 영역을 나는
존재하는 말 사이에 있다
부단하고 부단하게, 내 진부함을 환기 시키며,
그것은 변함없이 있었던 일이지만
새삼스럽게 말을 붙들어
입으로 읽고 귀로 듣는다
풀들이 무성한 어느 여름
도봉산 골짜기에서 만난 풀에 대한 말이
두고두고 내 가슴에서
푸른 날갯짓을 하니
시 한 편이 모조리 경전이 되었구나
가장 우아하게
목록을 열거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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