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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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를 읽는 몇 가지 방식
이만섭
벽오동나무 너른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가만히 귀 대이면
가슴에도 동공이 들어선다
하염없이 꽂히는 수직의 행렬들,
경착륙이라도 하듯 서두르다가도
이를 곳은 이뿐이라는 듯
이내 수굿해져
토닥토닥 받아내는 잎사귀가 모두 과녁이다
빗소리는 순간마다 물꽃을 피우고 소멸하지만
하강한 자리에 깃든 둥근 음결은
나무의 흉곽을 돌아 외경으로 퍼진다
점자처럼 소리의 보폭을 더듬는 귀,
천 번을 들어도 반복되는 소리는
아득한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곤 하는데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울림의 파장이
그리움을 재는 행위 같다
벽오동나무 뼈마디까지 푸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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