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사진사 본문
사진사 /이만섭
악사는 악사의 표정을 짓고
화가는 화가의 표정을 짓네
거리도 거리의 표정을 짓고
꽃밭도 꽃밭의 표정을 짓네
거듭되는 화답으로,
유혹에서 오는 것일수록
피사체를 설득하며 아름다움을 탐했네
그런 그가 강가에 와서 망설이네
언덕의 미루나무처럼 목을 빼고 둘러보건만
머리와 꼬리가 하나뿐인 강물 앞에서
배경에 골몰하네
여태껏 강물은 그것을 따라다녔네
심연에 감춘 부분과 풍경 멀리 있는 부분을 뒷전에 놓지 못하고
물소리라도 담아낼 듯 그를 괴롭히네
마침내 그가 관음증 환자인 줄 알고 달아나는 풍경에게
호명소리를 지르며 눈을 부릅떴네
얼굴일 것이다가 아닌 얼굴로,
꽃일 것이다가 아닌 꽃으로,
어떤 무표정도 표정으로 읽으며
사진사는 셔터를 누르고,
돌아보면 추억이란 순간에 찾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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