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파스타의 시간 /이만섭 본문
파스타의 시간
이만섭
연인들은 저녁이 오면 볼가*에 가지 서로 업힌 듯 들떠 찾아가지 스틱을 휘어 하트를 만들어 먹는 매직을 익히기 위해 담쟁이넝쿨이 감춘 푸른 대문 안으로 들어서지 노을빛 비껴온 붉은 창에 주인은 회화나무 흰 꽃 그림자 걸어놓고 마술사처럼 눈인사를 건너지 그 잠깐 사이에 앞섶의 냅킨이 새의 날갯짓처럼 파닥거리며 허공에도 없는 바람을 불러들일 때 은은하게 휘감는 향기의 시나위에 저녁이 말랑말랑 익어가지 포크에 감긴 면발이 혀끝에 닿을 때마다 개미핥기의 혀 속으로 빨려들듯 감미로운 감촉 견디지 못하는 눈빛으로 연인들은 저녁을 와인처럼 즐기지 혀끝에서 퍼져 나간 우아한 식단의 선율을 붉은 창은 놓칠 리 없지 회화나무 꽃 그림자 지워진 뒤에도 매직의 여운은 창을 서성이고
*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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