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파스타의 시간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파스타의 시간 /이만섭

이양덕 2011. 9. 30. 08:01

 

 

 

       파스타의 시간

 

         이만섭

 

      

        연인들은 저녁이 오면 볼가*에 가지

        서로 업힌 듯 들떠 찾아가지

        스틱을 휘어 하트를 만들어 먹는

        매직을 익히기 위해

        담쟁이넝쿨이 감춘 푸른 대문 안으로 들어서지

        노을빛 비껴온 붉은 창에

        주인은 회화나무 흰 꽃 그림자 걸어놓고

        마술사처럼 눈인사를 건너지

        그 잠깐 사이에 앞섶의 냅킨이

        새의 날갯짓처럼 파닥거리며

        허공에도 없는 바람을 불러들일 때

        은은하게 휘감는 향기의 시나위에

        저녁이 말랑말랑 익어가지

        포크에 감긴 면발이 혀끝에 닿을 때마다

        개미핥기의 혀 속으로 빨려들듯

        감미로운 감촉 견디지 못하는 눈빛으로

        연인들은 저녁을 와인처럼 즐기지

        혀끝에서 퍼져 나간 우아한 식단의 선율을

        붉은 창은 놓칠 리 없지

        회화나무 꽃 그림자 지워진 뒤에도

        매직의 여운은 창을 서성이고

 

 

        *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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