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가을밤의 독서 - 이만섭 본문
가을밤의 독서
이만섭
거죽 옷을 입은 내가
종이옷을 입은 너를 해독하는 우화의 시간이다
너의 서술은 주어가 생략된 가전체 문장
나는 없고 너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암중모색을 통해 서로 찾아간다
그때까지 너는 여행자의 풍경
해시계 아래서 밤의 깊이를 재고
어둠 속에서 투명한 사물을 제시한다
생각들, 생각들을 비집고 들어선 활자들이
씨앗처럼 발아 점을 찾는다
쉿, 적막은 어둠의 깊이인가,
거기에 침묵의 요람이 깃들어 있는 듯
아득히 귀 기울이다가
나의 시가 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기 위해
휘영청 아래 든다
주렴으로 내리긋는 별의 악보들,
시는 달빛의 실루엣을 열어젖히고
사분사분 생각의 날개 위에 이슬방울로 맺힌다
가을 강물 야위어가는 소리에
더욱 얇아진 내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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