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새점 - 이만섭 본문
새점 /이만섭
봄날 노변에서 길을 묻듯이 새점이나 본다 새는 꽃을 노래하는 일을 잊고 조롱을 들락거리며 꽃 이전의 꽃나무의 생을 뒤적인다 꽃의 내력을 찾아내려는 것일까, 색을 식별하지 못하는 새가 날개와 부리 사이 밀약이라도 해놓은 듯 포르르 포르르 익숙하다 날개는 더는 공중의 날개가 아니며 부리 또한 먹이를 찾아다니는 부리가 아닐 진데 태연자약한 몸짓은 어디서 온 것일까, 새가 기억할 수 있는 일이란 모태로부터 생을 얻던 부화의 시간과 이소의 때를 추측할 수 있겠는데 그마저 사람의 조롱에서 온전히 남아 있을까, 햇살이 괘사처럼 비쳐오니 소곤소곤 볕 좋은 하늘을 귀띔해준다 흐린 하늘에 대해 더는 물을 이유가 없다 땅에 붙어살아 가는 미물들은 한 번쯤 새의 날개처럼 속 시원히 하늘을 날고 싶은 것이다 그 가벼운 몸으로 나무 끝에 앉아 깃털을 고르며 바람에 실어보기도 하며 삶을 조감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날개가 없는 사람의 문제다 새가 알아차린 것이다, 영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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