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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우체국 앞에서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가로수 우체국 앞에서 - 이만섭

이양덕 2011. 11. 3. 15:49

 

 

 

 

    

가로수 우체국 앞에서

 

 

이만섭

 

 

 

오늘 가로수 우체국 앞을 지나왔습니다

 

가을빛 투명한 창문 아래서

 

나무들은 바람 손을 빌러 편지를 쓰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차들은 거리를 쏜살같이 지나는데

 

소인도 찍지 못하고 북적대는 낙엽들이

 

발길에 바스락거릴 때마다

 

손 내밀어 도와주고 싶은 마음 간절했습니다

 

허공의 난간에 붉은 갈피를 펴놓고

 

떨리는 촉수로 편지를 쓰던 나뭇잎들도

 

가슴에 간직한 사연을 들켜버린 듯

 

부끄러워 얼굴 빨개졌습니다

 

그들은 그리움의 때를 만나기라도 한 듯

 

표정마다 비장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춰서서 그 그리움의 수취인이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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