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아욱 꽃 ㅡ 이만섭 본문
아욱 꽃 /이만섭
어머니가 오신 저녁
아욱 꽃이 피었다
아내가 다듬고 문밖에 내놓은
아욱의 분질러진 대공 겨드랑이에서
쏘옥 내민 순한 얼굴은
그간 잊고 지낸 시골집 텃밭의 추억을
달빛처럼 비춰주려는 듯,
세한에 난데없는 꽃을 보며
쓰레기 무지 앞에 잠시 머뭇대는 내게
부엌에서 좇아 나온 아욱국 냄새는
묵은 기억을 열어젖히고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졸졸 따라다니며
집 안 구석구석 배어든다.
어머니를 맞는 마음이
가족 모두에게 자분자분 일어도
노구의 개운한 저녁을 이해해주는 것이
아욱국만 한 게 있겠느냐는 듯
쓰레기 무지 한구석에 핀 아욱 꽃이
불빛 아래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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