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폭우 / 아침 이슬 - 이만섭 본문
폭우 /이만섭
양동이로 물 길어 나르는 장정들의 행렬 뒤로
푸른 나무들이 목탄색을 입고 있다
나무들은 강을 건너온 물소 떼처럼 지쳐 눈빛만 껌벅거리는데
풍경을 마주하는 일조차 힘겨운지
창은 문을 벽으로 방어진을 치고 밖을 닫아버린다
비의 사나운 매질 소리에 귀는 더욱 얇아지고
저항할수록 파고드는 소리의 완력에 붙들려 마침내 물 긷는 행렬에 엮인다
코도 눈도 잠긴 범람의 악몽에 시달리다가
나비인가 참새인가 알 수 없는 젖은 날개의 신음에 깨어
어둠을 걷어내는 아침
시련의 풍랑을 노 저어 와 고스란히 정박한 것들
어느 노역이 저처럼 굳건할 수 있을까,
간밤의 난장에 드러난 속살을 추스르며 휘청휘청 일어서는 뼈들은
아침 이슬
이만섭
어둠 속에서도
풀잎은 너를 품어 날을 밝히고
아침이면 해맑은 순결 위에
햇살 투명하게 부서진다
지상의 아름다움 가운데
오직 빛깔도 무늬도 없이 찬란하다가
티끌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영롱이여
너의 그윽한 눈빛에 닿기 위해
오늘도 잠 깨어 우러르는
내 일만 정신
'※{이만섭시인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仙人掌 - 이만섭 (0) | 2012.07.24 |
---|---|
사탕 /이만섭 (0) | 2012.07.17 |
보란 듯이 나는 - 이만섭 (0) | 2012.07.10 |
우거진 망초꽃밭을 지나며 - 이만섭 (0) | 2012.07.08 |
새들의 정거장은 왜 불문율인가 - 이만섭 (0) | 2012.07.04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