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달빛 몽유에 들다 ㅡ 이만섭 본문
달빛 몽유에 들다
이만섭
창의 경계에 와 닿은 한 자락 흐드러진 장다리꽃밭
푸른 이랑 사이로 흰 나방떼 난다.
망설일 새 없이 버선발로 좇는데 그림자만 뒤따른다.
너는 오는데 나는 왜 좇는 걸까 ,
풍등처럼 옷깃 휘적거리며 적요 속으로 꺼져가는 중일까,
어디만큼 당도하니 박우물 가에 웅성거리는 나방들,
달을 찾아 헤매는 듯 투신하는 듯 부산한 날갯짓인데
우물 속에 들어앉은 달 보이지 않는다.
나방을 좇는 나와 달을 좇는 나방 사이
이슥토록 떠다니는 분말가루 손끝으로 만지면
저만치 달아났다가 돌아서면 금세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어쩔 수 없이 한 송이 꽃으로 피어
달빛 속으로 녹아드는데 나는 흰 나방이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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