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슈퍼문(supermoon) ㅡ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슈퍼문(supermoon) ㅡ 이만섭

이양덕 2013. 7. 6. 13:32

 

 

 

 

 

 

슈퍼문(supermoon)

 

 

 

    이만섭

 

 

 

첫아이를 낳기 전

아내는 달마중을 즐겼다

비좁은 주택이었으므로 옥상에 올라

어릴 적 뒷동산을 그리며 도시의 불빛들과 더불어

안테나처럼 귀를 세워 서치라이트를 비추듯

밤하늘을 올려보곤 했다

몇 날을 되풀이해도 달은 떠오르지 않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도시는 잠들지 못해

밤하늘도 뿌옇게 흐려 갔다

그러다가 어둠의 늑골들이 곤히 누워버린

어느 칠흙 같은 밤

항아리 가득 물 긷고 오는 여인처럼

분홍빛 풍선 하나가 열기구에 아기를 태우고

밤하늘을 횡단하는 게 목격되었다

경이로움에 놀란 아내는 계단을 황급히 내려와

초저녁잠에 빠진 나를 깨워

달마중을 조르는 거였다 마침내 달은

동쪽 복숭아 나뭇가지 사이로 둥글게 부풀고

하늘로 뻗친 지상의 불빛들도

그편으로 촛불처럼 손 모으고 있었다

달은 떠오르는 게 아니라

기다려 맞이하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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