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슈퍼문(supermoon) ㅡ 이만섭 본문
슈퍼문(supermoon)
이만섭
첫아이를 낳기 전
아내는 달마중을 즐겼다
비좁은 주택이었으므로 옥상에 올라
어릴 적 뒷동산을 그리며 도시의 불빛들과 더불어
안테나처럼 귀를 세워 서치라이트를 비추듯
밤하늘을 올려보곤 했다
몇 날을 되풀이해도 달은 떠오르지 않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도시는 잠들지 못해
밤하늘도 뿌옇게 흐려 갔다
그러다가 어둠의 늑골들이 곤히 누워버린
어느 칠흙 같은 밤
항아리 가득 물 긷고 오는 여인처럼
분홍빛 풍선 하나가 열기구에 아기를 태우고
밤하늘을 횡단하는 게 목격되었다
경이로움에 놀란 아내는 계단을 황급히 내려와
초저녁잠에 빠진 나를 깨워
달마중을 조르는 거였다 마침내 달은
동쪽 복숭아 나뭇가지 사이로 둥글게 부풀고
하늘로 뻗친 지상의 불빛들도
그편으로 촛불처럼 손 모으고 있었다
달은 떠오르는 게 아니라
기다려 맞이하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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