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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傾聽)의 문제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경청(傾聽)의 문제 - 이만섭

이양덕 2013. 7. 1. 09:49

 

 

 

 

 

 

 

 

  경청(傾聽)의 문제

 

 

    이만섭

 

 

 

   거짓말을 사랑하는 귀는 늘어져 있고

   참말을 사랑하는 귀는 기대어 있다

 

 

   같은 공간인데도 이들의 표정은

   밤과 낮처럼 극명히 갈린다

 

 

   과문해서 회벽으로 걸린 난청이라도 문 열고 나가

   마중 드는 귀라면 예를 갖추었다 할 것인데,

 

 

   말은 애초에 휘발성이 강해서

   귀를 용기로 사용하는 것이나 용기에 담지 못해

   희석된 말, 소리 되어 흩어지기도 한다

 

 

   어느 수신호가 귀를 빌려주어 세상에 타전한 말인데

   乙의 말을 씹어버린 甲의 귀가

   제 방귀 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토끼처럼

   공중으로 자라 있더라는 거였다

 

 

   그곳에서 그는 뜬구름처럼 유유자적했지만

   바람 소리 천둥을 낳고 낙뢰가 몸에 꽂힌 것이다

 

 

   보청기를 빌러 피뢰침으로 사용했건만

   그것은 뼈에 닿는 후회처럼

   거짓말을 사랑한 귀는 말이 가슴에 이르는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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