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밥 한 끼 먹자는 말 - 이양덕 본문
밥 한끼 먹자는 말 밥 한끼 먹자는 말
이양덕
만원 버스에서 청어처럼 헤엄쳐나온 여자가
토란잎에 물방울이 구르듯 명랑한 목소리로
밥 한 끼 먹자고 전화를 건다
밥 한 그릇에 꽁꽁 묶여 사는 사람에게
단비가 푸석거리는 가슴을 적신다
그 말이 그리움을 불러오고
넝쿨 손을 뻗어 사무쳐온 얼굴을 만져본다
밥 한 끼 먹자는 말은,
바람이 스치듯 던지는 말일 수 있지만
애인에게 온 편지를 발견할 때처럼
심연에 첨벙첨벙 물수제비를 뜨고
민낯으로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느슨하게
숨 소리마져 사각사각 달콤한 밥상 앞에
마주앉아 아득한 추억을 펼쳐 읽으면서
서로 기호품을 고르며 웃음소리가
청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시장기를 날린다
'※{이양덕의♡詩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랑의 지문을 읽다 ㅡ 이양덕 (0) | 2013.11.01 |
---|---|
사랑은 청춘이다 ㅡ 이양덕 (0) | 2013.10.17 |
낯선 표정 ㅡ 이양덕 (0) | 2013.07.30 |
눈부신 발견 ㅡ 이양덕 (0) | 2013.07.13 |
장마 ㅡ 이양덕 (0) | 2013.07.05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