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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 먹자는 말 - 이양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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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 먹자는 말 - 이양덕

이양덕 2013. 8. 6. 07:11

 

 

      밥 한끼 먹자는 말      밥 한끼 먹자는 말

           

                                    이양덕

 

 

 

       만원 버스에서 청어처럼 헤엄쳐나온 여자가

       토란잎에 물방울이 구르듯 명랑한 목소리로

       밥 한 끼 먹자고 전화를 건다

       밥 한 그릇에 꽁꽁 묶여 사는 사람에게

       단비가 푸석거리는 가슴을 적신다

       그 말이 그리움을 불러오고

       넝쿨 손을 뻗어 사무쳐온 얼굴을 만져본다

       밥 한 끼 먹자는 말은,

       바람이 스치듯 던지는 말일 수 있지만

       애인에게 온 편지를 발견할 때처럼

       심연에 첨벙첨벙 물수제비를 뜨고

       민낯으로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느슨하게

       숨 소리마져 사각사각 달콤한 밥상 앞에

       마주앉아 아득한 추억을 펼쳐 읽으면서

       서로 기호품을 고르며 웃음소리가

       청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시장기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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