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일몰의 조건 - 이만섭 본문
일몰의 조건 /이만섭
그림자들 동으로 드러눕는 서녘의
머리 위로 공중을 비워내는 새떼들,
노을에 젖은 꽁무니가 붉다
낮 동안 먹이 찾느라 감감하더니
저녁에 도달하기 위해 지평선을 넘는다
가벼워진 공중이 수면처럼 떠오른다
산이 가라앉고 강물이 숨어들 때
몸붙이 하나씩 덜며 가벼워지는 지상,
날지 않는 것들은 날지 않는 대로
수면 아래 잠기는 것이다
길의 발자국을 수거해가는 어둠의 손길들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것이
그림자를 지우고 오는 고요처럼 종요롭다
펄이 밀물에 잠기듯 밀봉해지는 누리 저편으로
나도 총총 뒤따른다
귀가의 현관에 놓인 구두처럼
하룻길을 벗은 발이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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