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분실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분실 - 이만섭

이양덕 2014. 3. 14. 11:34

 

 

 

 

 

 

 

 

 

 

 

분실   

  

          이만섭

  

 

 

 

내게 있던 것이

열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고

없던 것이 생겨날 때,

물체에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물이 이탈하는 방법을 몰랐을 때

나무처럼 한 곳을 죽도록 지키는 줄만 알던

이기주의적 원칙이 한순간에 무너져

주먹구구식의 셈법이

가감승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허수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담배가 떨어진 애연가가 

습관적으로 주머니를 뒤지듯이

그 깊이 넣은 손을 슬그머니 빼내

허탈해진 검지와 중지가

허공에 뻗은 빈 나뭇가지처럼

뿌리에서 흘려보낸 물관이 끊긴 것을 확인할 때

 

바람 없어도 떨군 나뭇잎을 생각하며 

쥐었다가 펴도 잡히지 않는 공기가

손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목구비를 박음질한 얼굴보자기가

열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고

물체에도 감정이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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