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분실 - 이만섭 본문
분실
이만섭
내게 있던 것이
열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고
없던 것이 생겨날 때,
물체에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물이 이탈하는 방법을 몰랐을 때
나무처럼 한 곳을 죽도록 지키는 줄만 알던
이기주의적 원칙이 한순간에 무너져
주먹구구식의 셈법이
가감승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허수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담배가 떨어진 애연가가
습관적으로 주머니를 뒤지듯이
그 깊이 넣은 손을 슬그머니 빼내
허탈해진 검지와 중지가
허공에 뻗은 빈 나뭇가지처럼
뿌리에서 흘려보낸 물관이 끊긴 것을 확인할 때
바람 없어도 떨군 나뭇잎을 생각하며
쥐었다가 펴도 잡히지 않는 공기가
손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목구비를 박음질한 얼굴보자기가
열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고
물체에도 감정이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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