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안약 ㅡ 이만섭 본문
안약
이만섭
수면제를 이겨낸 불면처럼
최음제를 깨워낸 정신처럼
초록을 단장한 풀잎의 이슬방울들
햇살 아래 맺혔다가 떨어진 자리
갓 씻어낸 청경채의 표면이 자명하도록 맑다
안약은 떨어뜨려 넣는 것
사물처럼 도구로 쓰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물방울을 사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흐린 창을 닦아놓은 작달비의 빗방울들이
창 너머 아득한 것을 불러오고 있다
모래바람을 헤치는 낙타의 눈동자와
어둠 속을 질주하는 고양이의 눈동자를
낮과 밤이 지켜보고 있다
석회암 동굴의 태곳적 고요를
종유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놀란듯이 깨우듯이
마침내 이루어내는 안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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