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나비의 간격 - 이만섭 본문
나비의 간격
이만섭
초경(初耕)을 마친 춘분날
밭고랑을 몰고 오는 햇빛 따라
신부들러리 가듯 천지사방에 들떠 왔다
놀란흙들 한 가뭄 치르고도
제 몸 감싼 수분을 숨차게 풀어내는 봄날인데
말간 공중에 그림자놀이를 하는
밭두렁의 마루나무는 눈먼 장승이다
그의 옷은 늘 입거나 걸려 있다
이 두 가지를 나비는 동시에 해낸다
한 뙈기 묵정밭이라도
봄의 경작을 놓치는 법 없이
빙 둘러보는 일로 개화의 시점을 맞춘다
허공은 지치지 않고 꿈을 풀어내는 물결무늬
춤사위 좇아 사분대는 어깨 위에
색으로 침투하는 빛살들,
한낮을 에워싼 고요의 손이
느린 듯 천천히
꽃문 열어 나비의 날개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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