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나비의 간격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나비의 간격 - 이만섭

이양덕 2015. 3. 31. 06:18









나비의 간격  

       

   이만섭

 

 

초경(初耕)을 마친 춘분날

밭고랑을 몰고 오는 햇빛 따라

신부들러리 가듯 천지사방에 들떠 왔다

 

놀란흙들 한 가뭄 치르고도

제 몸 감싼 수분을 숨차게 풀어내는 봄날인데

말간 공중에 그림자놀이를 하는

밭두렁의 마루나무는 눈먼 장승이다  

 

그의 옷은 늘 입거나 걸려 있다

이 두 가지를 나비는 동시에 해낸다

한 뙈기 묵정밭이라도 

봄의 경작을 놓치는 법 없이

빙 둘러보는 일로 개화의 시점을 맞춘다

 

허공은 지치지 않고 꿈을 풀어내는 물결무늬

춤사위 좇아 사분대는 어깨 위에

으로 침투하는 빛살들,

 

한낮을 에워싼 고요의 손이

느린 듯 천천히

꽃문 열어 나비의 날개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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