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꽃샘 자객 - 이만섭 본문
꽃샘 자객
이만섭
바람이 활극처럼 공중을 즐긴다
어느 손이 연출하는 무대이길래
미쳐 추스를 틈 없이 펄럭이는 옷자락들,
뿌옇게 먼지 이는 언덕을 넘어
냇가 갯버들 아래 당도한 자객들이
차운 물에 갈증을 풀어내는데
버들가지는 애써 태연히 낭창거리고 있다
동물적 감각을 언제 드러낼지 모르는 판국인데
건너 숲에서 한 소년이 피리를 분다
바위 뒤편에 숨은 분홍빛 산소녀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아아, 어쩐다! 저 풋내나는 청춘을
귀 밝은 자객들 서둘러 뒤좇는데
가까이 다가오는 저 화급을 아아, 어쩐다!
숲의 입구에 초병처럼 서 있는 겅성드뭇한 억새를
사선으로 베어트린 자객들
햇살에 드러난 검의 날이 예리하다
잔뜩 긴장한 숲은 이내 술렁거리기 시작하고
누가 맛설 것인지 아아, 어쩐다!
바위는 천 년 내공의 침묵으로 자객의 검을
무디어 놓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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