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꽃샘 자객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꽃샘 자객 - 이만섭

이양덕 2015. 3. 13. 16:46








   꽃샘 자객



        이만섭





       바람이 활극처럼 공중을 즐긴다

       어느 손이 연출하는 무대이길래

       미쳐 추스를 틈 없이 펄럭이는 옷자락들,

       뿌옇게 먼지 이는 언덕을 넘어

       냇가 갯버들 아래 당도한 자객들이

       차운 물에 갈증을 풀어내는데

       버들가지는 애써 태연히 낭창거리고 있다

       동물적 감각을 언제 드러낼지 모르는 판국인데

       건너 숲에서 한 소년이 피리를 분다

       바위 뒤편에 숨은 분홍빛 산소녀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아아, 어쩐다! 저 풋내나는 청춘을

       귀 밝은 자객들 서둘러 뒤좇는데

       가까이 다가오는 저 화급을 아아, 어쩐다!

       숲의 입구에 초병처럼 서 있는 겅성드뭇한 억새를

       사선으로 베어트린 자객들

       햇살에 드러난 검의 날이 예리하다

       잔뜩 긴장한 숲은 이내 술렁거리기 시작하고

       누가 맛설 것인지 아아, 어쩐다!

       바위는 천 년 내공의 침묵으로 자객의 검을

       무디어 놓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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