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따듯한 빵 - 이만섭 본문
따듯한 빵
이만섭
그 빵가게는 한 달에 한 번 바겐세일을 한다
손님들은 매진 영화관처럼 줄을 서고
차분히 빵을 기다리는 오전 아홉 씨
유리문을 통과한 햇살이 메탈램프처럼 환할 때
갓 구워 나온 빵을 차례로 받아든다
포장 봉지에 배어나온 온기까지 전해 받는 표정은
하나같이 풍성하다 오- 빵이여,
만 원짜리 케이크가 오천 원하는 에누리 말고도
가족을 위해 기다린 빵의 빵의 따뜻함은
무럭무럭 기쁨을 올린다
어느 해 겨울 낙원동 입구 시래기 해장국집에서
이천 원짜리 국밥을 먹던 때와 다르지 않다
귀갓길에 집밥은 멀고
줄을 서서 입장한 사람들 사이에서
꾸역꾸역 혼자 먹는 밥은
나의 허기를 얼마만큼 채워 주었던가,
자꾸만 내가 내게 눈총을 주는 것만 같은 그때
국그릇에 얼비치는 자화상을 보았다
그런데도 시래기 해장국은 그 겨울날의 추위를
몸 밖으로 저만치 떠밀어놓고
빵은 이제 그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집에 다다를 때까지 손에 전해오는 빵의 온기를
식구들과 나눌 기쁨을 생각하며
재촉하는 발걸음은 가벼웠으니,
'※{이만섭시인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浮力 - 이만섭 (0) | 2015.09.16 |
---|---|
이 가을의 문득, - 이만섭 (0) | 2015.09.13 |
공손 - 이만섭 (0) | 2015.08.31 |
그 산골짜기의 백합꽃에 대하여 - 이만섭 (0) | 2015.08.25 |
발품 - 이만섭 (0) | 2015.08.23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