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이 가을의 문득, - 이만섭 본문
이 가을의 문득,
이만섭
어느 날 창밖의 앞산이 색을 입고
햇볕에 그을린 손이 붉어진 사과를 딴다
기약한 일이면서도 기약하지 못한 듯
불현듯 홀현 듯
하고많은 말 가운데 가을의 첫 말로
이 말 마주치는 순간 창가는 나를 붙든다
갈수록 쓸쓸해지는 세상을
귀뚜라미는 간밤에 목청껏 노래했지
살갗을 슬쩍슬쩍 찔러보는 아침의 찬 공기며
제 숨겨놓은 속내를 드러내다가
이처럼 조우하는 것들,
담벼락을 파랗게 물들이며 월경해간 담쟁이도
빛에 빼앗긴 자리로 돌아가려는 듯
손톱에 피멍이 들도록 푸름을 가꾸던
핏줄 같은 줄기를 마침내 햇볕에 말리고 있다
이 어쩔 수 없음이 호명하는 것을
겨우 알아차린 나는 이탈하지 않으려는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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