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생각하는 관계 - 이만섭 본문
생각하는 관계
이만섭
거울과 나 사이 이발소 주인은
반드시 거울을 비켜선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동안에도
몸을 우측에 두었다가 좌측에 두었다가
등 뒤로 가서 거울에 묻기도 하면서
그 집 쫑은 십 년도 더 자리를 지킨다는데
안주인이 나타나면 문밖으로 후딱 나가버린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소파에서 사과를 깎는다거나
막 쪄온 감자를 내놓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머리 깎을 때 곧잘
이 두 가지 상황을 체험하면서
나는 속으로 거울에 물어보았다.
글쎄 손님이 없을 때 거울은 거울일까, 하고
이발소 주인과 빈 의자 사이
거울에 비친 개는 아마도 턱을 발앞에 얹혀놓고
아무 생각 없는 혹은 불필요한 애완견인가 하며
시간을 사용할 것인데
이발이 끝날 떄까지 나는
거울이 입을 열어줄 것인지 말 것인지
잠자코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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